현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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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 현지화 작업에 필요한 게임 용어의 이해
“페르소나”, “초고출력 속성해방베기”, “전투 발구르기”, “울트라 핸드", “정권 지르기”, “썬더볼트”, “스페시움 광선”. 열성 게이머라면 이와 같은 단어들이 아주 익숙할텐데요. 게임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비디오 게임 현지화에서 우리는 이러한 단어들을 '게임 용어'라고 부릅니다.
게임 용어는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 또는 특정 게임 환경이나 상황에서 플레이어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구성된 단어와 구문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게임 용어는 게임 개발, 현지화, 운영, 이스포츠 등 많은 영역에서 사용되는데요. 여기서는 현지화 부문에서의 게임 용어의 발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앞에서 언급된 스킬, 장소, 캐릭터 이름 등은 게임 현지화에 사용되는 중요한 용어들로, 전체 타이틀이나 프랜차이즈를 하나로 이어주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동시에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게임플레이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단서가 되기도 하죠. 타이틀이나 프랜차이즈 내에서 약간의 용어 불일치가 발생해도 게임 세계나 스토리라인의 통일성 및 일관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플레이어의 게임 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적절한 용어의 신중한 사용은 게임 현지화에 필수 요소입니다.
일반적으로 게임 용어는 로컬라이제이션 과정에서 두 가지 흐름으로 파생되는데요. 그 첫 번째로 이전 게임 타이틀을 들 수 있습니다. 연속성을 유지하거나 프랜차이즈 전반에 걸친 특징과 요소를 통일하기 위해 이전 타이틀에서 사용한 용어를 연속해서 사용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니혼 팔콤(Nihon Falcom)에서 개발한 인기 RPG 시리즈 "<이스>"(Ys)를 살펴보겠습니다. 남자 주인공인 아돌 크리스틴의 모험을 그린 시리즈인데요. 사건의 배열에 따라 시간 순서는 달라질 수 있지만, 캐릭터의 배경은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전체 시리즈에 걸쳐 캐릭터 배경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전 타이틀에서 사용되었던 용어가 이후 타이틀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되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겠죠?
또 다른 예로 스퀘어 에닉스(Square Enix)의 클래식 게임, 파이널 판타지 IP를 살펴볼까요? <파이널 판타지 7>의 <크라이시스 코어> 및 <비포 크라이시스>와 같이 연이은 스핀오프 작품 외에도, 대부분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각각의 시리즈 마다 고유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갖고 있습니다. 각 시리즈가 완전히 독립적인데도 불구하고, '모그리', '초코보', '시드', '크리스탈'과 같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공통적인 요소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현지화 작업을 할 때 전작의 용어를 검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용어 파생의 두 번째 흐름은 창작물의 각색(transcreation)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 현지화와 게임 번역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창작 번역(transcreation)이라는 표현이 다소 과장되게 느껴질 수는 있습니다. 아무튼, 현지화에서 원문을 충실히 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만 항상 그 예외적인 사례는 있기 마련이죠. 대상 언어가 출발 언어에서 크게 벗어나는 대표적인 사례로 캡콤(Campcom)의 <바이오하자드>(Biohazard)를 언급할 수 있는데요. <바이오하자드>IP는 미국과 유럽에서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말이죠.
게임 용어가 이미 이전 타이틀에서 잘 정립되어 있다면 링귀스트들은 이러한 용어들을 그대로 '복사'하여 사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캐릭터 이름이나 지명과 같은 고유명사에는 주로 음차번역을 하는데요. 소리나는 대로 그대로 옮겨 표기하는 방법인 음차번역은 다소 진부할 수는 있겠지만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게임 현지화가 어렵고 복잡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게임 현지화는 텍스트 번역이 이루어지고 난 후 인-게임 테스트를 하는 프로세스로 진행됩니다. 테스트를 수행할 때 현지화된 버전으로 게임을 플레이하여 번역된 텍스트를 평가하고 오류나 불일치를 확인하며 게임 내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거죠. 하지만 텍스트 번역은 대부분 게임 자체와 별도로 수행됩니다. 링귀스트들은 게임 환경에 직접 통합되지 않고 게임 텍스트를 번역합니다. 링귀스트들은 사전에 참고 자료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어에서 스킬/능력 이름에 대해 외국어(특히 영어)를 표기할 때 일반적으로 가타카나로 음역하여 사용합니다. 가령, 개발자가 'スチール(스티-루)'를 사용한 경우, 'steal(스틸)'을 의도하는 걸까요, 아니면 'steel(스틸)'을 의도한 걸까요? 'スロー(스로-)'는 'slow(슬로우)'일까요, 'throw(쓰로우) 일까요? 링귀스트들은 이러한 용어 때문에 머리를 쥐어짜곤 합니다. 때로는 문맥이 전혀 주어지지 않아서 가타카나 뒤범벅이 될 수 있으며, 더 최악의 경우에는 가타카나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할 수도 있게 되죠. 이러한 경우, 링귀스트들은 임시 용어집을 작성하고 주석을 달아 개발자와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다음, 여러 차례의 인-게임 테스트와 논의를 거쳐 가장 적합한 용어를 선정합니다. 매우 복잡한 여정이죠.
일부 게임 용어는 다른 게임을 오마주한 언어적 펀치라인이나 밈 또는 유행어에서 파생되기도 합니다. <스플래툰 3>(Splatoon 3)를 살펴볼까요?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잉클링이나 옥토링을 플레이합니다. 일본어 버전에서도 비슷한 단어 구성 기법이 사용되었는데요. 일본어로 오징어는 'イカ'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일본어 게임에서 사용될 다양한 게임 용어의 근간이 되었는데요. 예를 들어, 'イカした'는 '멋지다'를 의미하며, 이후 중국어로 번역된 '超鱿型(스타일리시한 오징어)'는 '超有形(멋지다)'의 언어유희를 이용한 단어입니다. 또, 'イカす'는 '활용하다'를 의미하는데, 중국어로 현지화하면서 '有效运用(활용하다)'의 언어유희를 거쳐 '鱿效运用(유용한 오징어)'로 번역되었습니다. 'イカスツリー'는 'スカイツリー(도쿄 스카이트리)'를 재배치한 단어로, 이후 중국어 '鱿空塔(오징어 타워)'로 현지화되었습니다. 'ナイスダマ'은 <드래곤볼>의 '元气弹/ゲンキダマ(원기옥)'을 오마주한 단어로, 중국어 용어는 '元气弹'와 게임 내 유사한 시스템과 결합하여 '赞气弹(폭탄류)' 단어의 형태로 사용되었습니다.
위의 사례는 용어의 현지화가 단순히 유의미한 용어나 표현을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게임 설정을 분석하고, 제작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출발 텍스트와 대상 텍스트 간의 공통점을 정립하여 최종적으로 적합한 게임 용어를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게임 현지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용어를 준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일관성을 유지하고 오역을 방지하며 번역 작업에 속도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이러한 작업은 언어나 플랫폼과 상관없이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줄 것입니다.